
아기는 언제부터 제대로 보고 듣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산후조리원에서 돌아와서 오래 지나지 않은 어느날이었던 것 같다. 그 무렵엔 자주 먹고 짧게 자는 아기의 패턴에 맞춰 살아야하니 잠이 너무 부족했다. 수유텀이 언제나 늘어날까 조바심내며 쪽잠이라도 다만 10분이라도 더 자면 좋겠다 하는 나의 바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상 귀엽고도 무서운 “응애~” 소리로 짧은 낮잠에서 깨는 아기였다.
그때 신통한 능력으로 나를 구원해준 건 아기 키우는 집에는 다 있다는 국민육아템 전동 모빌이었다. 그걸 틀어주면 희한하리만큼 울음을 그치니 정말로 구세주나 다름없었다. 그럴 때면 나도 그 옆에 누워 눈이라도 감아보고, 아기가 보는 세상은 어떨까 궁금해하며 모빌을 보기도 하고, 모빌에 시선을 고정하는 아기가 신기하고 예뻐서 마냥 바라보기도 했다.
그러다 출산 준비하면서 읽었던 어떤 아기 엄마의 글이 떠올랐다. 산후조리원에서 아기에게 책을 읽어주었더니 그 모습을 본 산후관리사(?)분이 아직 시력이 채 형성되지 않은 아기한테 책을 읽어준다며 웃어서 그게 그리 이상한가 했다는 그런 이야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뱃속에 있을 때도 태담이란 걸 하는데 엄마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에, 기왕이면 재미있는 이야기로 들려주려는 시도가 우스운 일이 될 필요는 없을텐데’ 하는 생각까지 그 글의 일부였는지 아니면 내가 느꼈던 감정인지는 이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무튼 그런저런 생각끝에 언니에게 몇 권 받아두었던 그림책 중에 내 마음에 드는 책 하나를 골라들고 아기에게 읽어주었다. 흑백모빌 정도를 볼 수 있다는 시기였지만, 무엇이 보였는지 알 수 없지만, 아기는 그림책에 시선을 고정했고 나는 한껏 익살스럽게 책을 읽었다.
그 날 남편이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다시 책을 편 나는 아기 옆에 누워 재밌어 죽겠다는 얼굴로 태연하게 책을
읽었다. 진귀한 풍경을 만난 듯 놀람과 웃음이 떠오른
표정으로, 나란히 누운 우리를 쳐다보는 남편과 눈이 마주쳤다. 행복한 피곤에 지쳤던 여러 날들 중에서도 그 날의 기억은 아직도 꽤나 생생하다.
내가 처음으로 읽어준 그림책은?

깜장콩벌레
•김미혜 저/ 박해남 그림
•비룡소
깜장콩벌레가 콩닥콩닥 놀라 콩콩콩 달아나는 상황마다 재미있고 귀여운 말표현이 풍성하게 피어나고, 한 땀 한 땀 바느질이 돋보이는 퀼트 콜라주가 여느 그림책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아들이 지금도 종종 읽자고 해서 오랫동안 책꽂이를 지키고 있는 중. 오히려 나에게 더 특별한 추억의 책이기도 하다.
그래서 책 읽어주기 언제부터?
그건 엄마 아빠 마음이다. 어떤 굉장한 과학적 근거를 들어 하는 말은 아니다. 나는 소위 '책육아'를 대단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의도적 교육행위로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가 스스로 책 읽는 즐거움을 찾기까지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리고 그 역할을 잘하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주는 일이 부모 자신에게도 즐거움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모가 읽어주고 싶을 때, 읽어주고 싶은 책을, 즐겁게 읽으면 다 좋다고 믿는다. 그게 아기가 초점책이나 볼 수 있는 유아기라고 해도 말이다. 책육아를 하기 위한 엄마, 아빠의 준비 운동이라고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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