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책 읽어주기, '함께' 읽기

🔅 매일 밤 잠들기 전 책 읽기,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시간

  "이제 그만 정리하고 잘 시간이야~."
  "히잉.. 더 놀고 싶은데요~~ "
  "그래? 그럼 좀 더 놀다가 자. 대신에 그럼 오늘은 책은 읽지 말고 바로 자자~ 알겠지?"
  내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아이는 흠뻑 빠져 놀던 카봇 장난감을 호다닥 정리하고 책장 앞으로 뛰어가 묻는다.
  "엄마 오늘은 몇 권 읽을 수 있어요?"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매일 밤 우리 집에서 반복되는 장면이다. 몸으로 놀아주는 것이 체력에 부쳤던 내가 아이 어린 시절부터 가장 많이 해준 놀이가 책 읽기였는데, 기관에 보낸 후로는 책 읽을 시간이 줄어서 자연스럽게 자기 전에 읽는 것으로 고정되었던 것 같다. 졸음이 가득한 눈으로도 더 놀고 싶다며 잠자리에 들기를 한사코 거부하는 아이를 달래던 수단은 이제 가장 가깝게 살 부비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되었다.
  끝도 없이 더 읽겠다고 고집부리는 통에 실랑이를 벌일 때도 많았지만 그것도 매일 하다 보니 어느 날인가부터는 다섯 권을 읽어도 한 권만 읽어도 책을 읽기만 하면 다 좋다고 말하는 아이였다. 어제 읽은 책이 재미있어서 오늘 또 읽어도 좋고, 오랜만에 읽는 책이라서 좋고, 엄마가 고른 책이라서 좋고, 자기가 유치원에서 배운 내용이 나오는 책이라서 좋고. 책을 고르면서부터 싱글벙글하는 아이를 보고 있자면 세상에 책처럼 좋고 고마운게 또 없다. 그 좋아하는 로봇 놀이를 포기할지언정 책 읽기는 절대 건너뛰지 않겠다는 아이를 보면 재미있고 신기하다. 아이에게 책이 어떤 의미일까 궁금도 하다. 
 
 

🔅 엄마 아빠가 세이펜보다 좋은 이유  - 아이는 책 읽을 때의 공기를 기억한다

  세이펜을 물려받아서 가져온 첫 날, 엄마의 시범을 보고 신나게 책을 - 로봇 공격처럼 - 찍어버리는 바람에 앞부분의 부속이 펜 안으로 쑥 들어가버려 쓸 수가 없게 되었다. 중고로 펜을 하나 사야겠다 했지만 엄마 아빠가 읽어주다 보니 또 굳이 없어도 상관이 없겠다 싶어졌다. 생각해보면 QR코드를 인식해서 음성으로 들을 수 있는 책이나 리더기를 끼우면 소리가 나오는 책도 몇 번 흥미를 보였을 뿐 결국 언제나 책을 들고 와 엉덩이부터 엄마 무릎에 들이밀던 아들이었으니, 새로 샀어도 장식품이 됐을 것이다.
  수도 없이 읽은 책을 몇 번이고 꺼내와서 매번 처음인 양 깔깔대며 좋아하는 아이를 보면서 '아이들에게는 지겨움이라는 개념이 없는건가' 궁금해한 적이 있다. 
  "그렇게 재미있어? 맨날 읽는데도?"
  하고 물으니 아이는 더 과장해서 익살스럽게 웃으며 너~무 재미있단다. 그러면서 책을 읽어주던 엄마의 억양, 아빠의 말장난을 그대로 따라했다. 그 때 책을 읽는 게 아이에게는 그림을 보고 소리를 듣는 것을 넘어서 그 순간의 공기를 기억하는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집안일을 할 때면 옆에 와서 조잘조잘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엄마가 자기 이야기를 잘 듣고 있는지 확인하느라 자꾸만 중간 중간 엄마를 불러대던 일도 떠올랐다. 책을 그렇게나 좋아하는 건 어쩌면 엄마, 아빠와 함께 온전히 서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낸 기억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알사탕⌋
• 백희나
• 스토리 보울
- 이 책에서 우리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한 페이지 꽉 채워진 아빠의 잔소리 파트이다. 이 부분만큼은 아빠의 말투로, 아빠가 읽어준대로 쉬지 않고 다다다 읽어줘야 제맛이다. 엄마가 읽어줄 때도 최대한 아빠랑 똑같이 읽어주려고 애쓴다. 
 


🔅 '읽어주기' 이상의 의미, '함께 읽는다는 것'에 대하여
 

  피곤한 날에는 책을 읽어주면서도 얼른 자고싶다. 빨리 읽어내려가려 해보지만 아이는 전에 했던 대화를 그대로 다시 하고 싶어하고, 끝없이 질문하려 하고, 어떤 부분은 더듬더듬 꼭 자기가 소리내서 읽고 싶어한다. 하품을 해서 눈물이 또르륵 흘러나온 엄마의 사정은 안중에도 없는 아들과 조바심내며 책장부터 넘겨보려는 엄마 사이의 티키타카. 그것도 행복한 독서 시간의 한 부분이다.
  아들이 잠깐 딴소리 하는 데 정신이 팔려 있을 때 슬쩍 다음 장으로 넘어가면(😅😅) 어김없이 아들의 귀여운 항의가 돌아온다.
  "엄마, 여기 안 읽었잖아요~ 엄마는 읽은 줄 알았어요?" (😂😂😂) 
  나는 매일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아이는 언제나 나와 '함께 읽고'있다.